top of page

[알림] '탈희소성 여유사회' 포럼을 시작합니다

KakaoTalk_20260403_215300318.jpg

17년 동안 기자로 일했습니다.

 

사건을 취재하고, 갈등을 정리하고, 제도의 허점을 기록하는 일이 제 일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앞서고 누가 뒤처졌는지를 가까이서 보아왔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꾸려 합니다.

 

우리는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이제 또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더 이상 “성장하느냐, 민주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틀 자체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 앞에 와 있습니다. 해묵은 내부 갈등을 반복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큰 밑그림이 필요해진 시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어떻습니까. 각자도생의 사회입니다. 모두가 달려가고 있고, 멈출 수 없다고 느끼며, 뒤처질까 두려워합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는 한동안 속초의 작은 대포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지금은 성동구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아이가 마주하는 경쟁의 밀도와 긴장감은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성적, 비교, 선행, 불안. 아이보다 어른이 먼저 절망하게 됩니다.

 

모두가 달리고 있으니, 우리도 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달리기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향하는 곳이 분명한 목적지가 아니라, 그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트랙이라면 어떨까요. 함께 경주를 멈추거나 속도를 늦춘다 해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의미 없는 경쟁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함께 고통받는 지옥도를 구축해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탈희소성 여유사회’라는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근본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교육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 과도한 자산 증식의 압박, 끝없이 올라가는 주거 비용,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 그리고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불안까지—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같은 구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앞서야 한다는 강박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되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요.

 

경쟁의 강도를 낮춰도, 목표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는 사회. 오히려 덜 소모하고, 덜 배제하면서도 더 안정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는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포럼은 해답을 제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경쟁의 방향, 국가의 역할, 사회적 계약을 다시 묻는 자리입니다. 공론장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무대가 아니라, 질문을 함께 정제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런 질문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출발선입니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리고, 함께 속도를 조절할 용기는 있는가.

 

 

랩2050 김중배 이사장 올림

bottom of page